2007년 12월 21일
첫눈이 옵니다..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이미나 지음.
그남자 그여자 두번째 이야기..
scene part "첫눈이 옵니다.."
그남자..
참 수줍은 사람이었는데..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손끝만 살짝 닿아도
귀까지 빨개지던 사람이었는데.
그날 당신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이른 아침 용감히도
내 자취방에 쳐들어왔죠.
방문을 쿵쿵 두들겨 날 깨우더니
눈도 못 뜬 내게 숨차게 건넨 말.
"밖에, 첫눈이 와서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얼굴 위로
눈 녹은 물 한 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유리처럼 또르르. 굴러 내렸죠.
그 날 구질구질하던 내 방에서
손잡이도 떨어진 머그컵으로 마시던
녹차 한 잔.
그것이 첫눈이었어요.
수줍던 당신을
그렇게도 들뜨게 만들었던 것.
낭만이라고는 모른 채 살던 내 가슴에
난생처음 내렸던
처음 눈이었죠.
해마다 첫눈은 내릴 테니
앞으로도 당신을 잊기는 글렀군요.
작년, 첫눈이 내리던 아침
나를 깨워 주던 당신,
오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여자..
올해는 첫눈이, 인심 좋게 왔네요.
첫눈 오는 날
약속을 정한 사람들이
망설이거나 엇갈리는 일은
아마, 없었을 듯.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첫눈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어찌 보면 눈 같고, 어찌 보면 먼지 같아서
나는 당신의 집 앞에 다다라서도
한참을 망설였죠.
그 문을 두드려야 할지, 그대로 돌아서야 할지.
물론 우리에게 약속 같은 건
원래 있지도 않았어요.
내 오랜 다짐만 있었죠.
"첫눈 오는 날, 꼭 고백해야지."
후에, 당신이 내게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냐고 물어 보았을 때
난 고개 저으며 웃기만 했지만
사실 대답할 말은 따로 있었죠.
"욕심요.
해마다, 첫눈을 함께 맞고 싶다는 욕심이
날 이렇게 용감하게 만들었어요."
욕심이 컸던 만큼
오해도, 미움도 빠르게 자라나던 나였기에
두 번 다시 당신과
첫눈을 맞을수 없게 되었지만,
작년 첫눈이 내리던 날
난 참 행복했어요.
처음 눈, 처음 행복..
그 날은, 그렇게 내 기억에 남아 있어요.

BGM Down - Lifetime
# by | 2007/12/21 01:58 | 그리고 책.. | 트랙백 | 덧글(0)







